
2년 전 여름이다.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낮잠을 실컷 잔 뒤에 요깃거리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걷다 이노카시라 공원 역 앞에 작은 선술집에 들어갔다. 호텔로 돌아 오는 길에 맥주 두어 캔 사들고 들어와 오징어 질겅징겅 씹으면서 맥주 마셨던 것 같다. 낮잠을 길게 잤더니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봤었나 싶고. 코로나가 풀린다 치고 일주일 남짓 휴가를 쓰고 다시 도쿄에 가면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여행 다시 할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아까워서 종종거리다 여행이 끝날 것 같다.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던 이런 날들이 그립다.

이것도 2019년 12월쯤의 이야기다. 아는 언니한테 추천받아 간 아사쿠사의 야키니쿠집 金楽 영업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고 예약도 안 해서 사십 분 정도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괜찮냐(당연히 괜찮지)는 말을 듣고 입장. 구글 평에 혐한 식당이라고 욕하던데 아마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여기 완전 찐 동포가게) - 예약을 안 하면 영업시간이 남았고 자리가 있어도 못 먹는 경우가 생김. - 내 뒤에 온 사람은 예약을 했을 경우가 있음. (거의 예약했을 것) 이 룰을 모른채 안 된다고 쫓겨나는 상황에서 뒤에 사람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면 조금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혐한 식당이라고 싸잡는 건 좀. 〒111-0032 東京都台東区浅草1丁目15−4

사쿠라츠츠미라고 부르는 이 동네는 지금은 문을 닫은 '쿠스노키' 라는 킷사텐을 찾아가려고 중앙선 무사시사카이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만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환한 거리에 왈랑거리는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내려버렸지. 桜堤(사쿠라츠츠미)라는 동네 이름은 '벚꽃 가로수로 정비한 제방'이라는 말을 뜻하는데, 그 이름 그대로 만개한 벚꽃길이 단지를 둘러싸고 이어져서 장관이었다. 조용하고. 단정하고, 아이들이 뛰어놀기 참 좋은 동네였다. 이날도 생각했지만 이 동네에서 꼭 한 번은 살아 보고 싶은데, 이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