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엔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고시마에 다녀왔다. 내게 가고시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이라는 영화속 형인 코이치가 살던 동네로만 남아 있는데(그래서 사실 규슈 신칸센을 타볼 요량으로 간 것도 있다), 생각만큼 고즈넉하고 사투리가 귀여운 동네였다.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조그만 목욕 가방 들고 터벅터벅 걸어서 도착한 돈카츠 가게의 마스터는 비행기를 환승하느라 인천공항에 몇 번이나 가 본 적이 있다면서 말을 붙여 왔다. 그이가 만들어 준 돈카츠는 일본에서 먹어 본 돈카츠 가운데 가장 터프하고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그날의 일과를 끝내고 목욕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백십 엔 짜리 오래된 목욕탕, 시원한 맥주에 입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하며 씹던 맛이 인상적..
더럽게 추운 날, 서울역 앞에서 찢어질 것 같은 발을 동동 굴리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고베 생각이 났다. 엄청나게 더웠던 고베.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정리해 둔 고베 폴더를 연다. 하, 이날 무진장 더웠는데. 레깅스는 진작에 벗어 던졌고, 거추장스러워진 데님 셔츠를 허리춤에 묶고서도 땀을 줄줄 흘리며 다녔다. 지도를 계속 잘못 읽어서 가는 곳마다 가려고 했던 장소는 없고, 날씨는 덥고,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먹은 밥은 죄다 맛없었고, 더위를 식히러 카페는 흡연석만 남아 있고 뭐 그랬다. 이러니 고베에 좋은 감정이 있겠어? 싶었는데 이케아에서 마음을 조금 풀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에서도 못한 핸드폰 충전을 했거든.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다시 돌아가야 할 서울 생각을 했던 거 같기..